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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윤성희)

한라산 5 2022. 1. 23. 10:58

 

    아빠와 고모는 "고향에 남아있는 마지막 땅" 문제로 싸운 뒤 3년 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은퇴한 후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고모가 떡이며 과일을 보낸다. 엄마가 아버지를 달래서 고모와 통화를 하게 된다. 먹을 걸 보내던 고모가 아빠에게 꽃다발을 보낸다. 그 속에  "사랑하는 오빠에게"로 시작하는 카드가 있다. 아빠는 그 카드를 읽고 "이년이 미쳤나" 하지만 아버지가 고모가 수상하다며 엄마에게 고모가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한다.  카드에 고모가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아프니까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엄마, 남동생, 그리고 나는 고모집으로 간다.  닭백숙에다가 담근 인삼주와 가져간 김치를 먹는데 고모가 술을 자꾸 먹어서 아버지가 암환자인데 술을 먹어도 되는냐고 묻는다. 고모는 "아하 그 카드 거짓말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날 고모는 기차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준 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랬다느니, 자기와 같은 이름의 아이가 왕따 당하는 걸 보고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그랬다느니 하는 거짓말을 늘어 놓는다. 그 말을 함께 듣는 가족들은 허탈해하다가도 웃음을 터뜨린다. 이것을 계기로 돌아가면서 거짓말을 하나씩 하기로 한다.

   아버지가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나 하라고 말한다. 엄마는 아빠에게 준 목도리가 남편을 위해 뜬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 교제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을 위해 뜬 것이라고 한다. 그 남자는 결혼할 상대가 있었고, 이것을 안 예비 시어머니가 엄마와 아들의 궁합을 보려 한다. 엄마와 전 애인은 점장이를 찾아가서 궁합을 보니 자식운이 없다 하여 좋은 사주를 받아서 예비 시어머니에게 알려준다. 예비 시어니가 생일날 엄마 회사에 떡을 해와서 엄마는 그 떡을 먹고 체하여 조퇴를 한다. 그 다음날 출근하니 엄마의 책상에 박카스가 있어 엄마는 아버지에게 목도리를 줬다고 한다. 

  다음은 아버지가 거짓말을 한다. 아버지는 그 박카스는 원래 엄마를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버지도 사무실에 짝사랑하는 여직원이 있었다. 그 여직원이 코피를 흘려 안쓰러워서 박카스를 준비하였는데 그녀에게만 줄 수 없어 사무실 직원 모두에게 돌렸다고 한다. 엄마는 아파서 조퇴하였고 그 다음날 엄마 책상에만 바카스가 놓여 있었던 거예요.

​   [날마다 만우절] 속에 웃음과 해학이 있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말 대잔치가 아닌 웃음이 넘치는 대화는 가족들간의 삶의 활력소가 된다.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함으로써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고 싶었던 것이다.  

 

 

2022.1.25 북한산 족두리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