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때로는 독하지만 속절없이 부드럽게 스며들어 우리를 위로한다.]
* 술은 서운한 관계를 부드럽게 완화시켜 주기도 하고, 즐거움은 배가시켜 주기도 한다. 잘 먹으면 술은 꼭 필요한 나의 윤활유가 되고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 술은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조직생활에서는 승승장구하게도 하지만 술 때문에 망하기도 한다. 한전 생활 34년과 금화생활 7년 합하여 40여년, 애주가 중에 90% 정도는 술로 성공하고, 약 10% 정도는 술로 망하는 것을 봤다. 조직에서 망하는 이유는 관계를 버리고 자기 위주로 술을 먹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 사람이 모이면 술은 필요하다. 친구, 가족은 물론 여행할 때도 가지고 간다. 접대는 더더욱 당연하고, 연일 연속 고주망태가 되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사업하는 사람, 영원사원은 술을 제외하고는 애기가 안된다. 심지어 골프를 치고 나서도 술을 마신다.
* 광산 김씨네 3동서는 이제 여유도 좀 생기고 해서 3박4일 거제도 여행을 했다. 케이블카도 타고, 산에도 가고, 김영삼 생가, 저도(대통령별장), 바람의 언덕 등 유명한 광광지도 다니면서 기념 사진을 남겼다. 맛집에서 음식도 즐기고. 그리고 저녁에 싱싱한 회와 화덕에 구운 바베큐 등 잔치상에 가까운 음식을 놓고 먹으면서 술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돌고 돌았다. 취기가 올라 온다. 옛날 이야기도 하고, 살아온 과정, 김씨네 사위가 된 결혼 스토리, 덕담이 오갔다. 그렇게 밤은 즐거웠고 깊어간다.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했다. 찐찐한 가족이었다. 지난날 나 위주로 앞만 보고 살아온 가족관계를 반성 아닌 반성을 하고 느끼면서 함께 하지 못한 가족에게 미안함이 있었다. 거제도 밤공기는 우리들을 깊은 잠에 빠져들게 했다. 코골이쯤은 거뜬히 이겨낸 행복한 꿀밤이었다.
그런데 2주정도 지날무렵 큰 동서한테서 날벼락이 날아왔다. 30여년 전에 돌아가신 분들을 모두 소환하고 , 처남들을 불러 모으고 심지어는 무릎까지 꿇리고, 조카(광석)는 내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도 사용하고, 처남들은 끌어들이지 말고 3동서가 해결하면 안되겠는냐고 부탁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렇게 서울, 평택, 거제도는 쑥대밭 풍지박살이 났다. 이유는 덕담 중에 말을 한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무도 기억에 없는 취사선택한 혼자만의 기억 [나를 무시했다]는 거 였다. 여기에 빠지다(몰입) 보니 무슨 애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확실치는 않으나 [장모님은 아직도 형님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비스무리한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설사 좀 했으면 그게 대수냐? 가족이면 덕담으로 나눌 수 있는 말이다. 진짜 우리가 무시했다면 여행이 가능했겠는가? 아니다. 우리는 형님으로서 깍듯이 대접했고, 가끔 거친 입이 있었어도 참자하고 말았었다. 이번은 참기 어려운 지경에 이러렀다. 입에 담으면 안되는 고성이 오가고, 돌아가신 어른들을 모두 소환하고, 70된 처남 무릎을 꿇리고, 그 아들까지 소동을 벌이고, 가족의 어른을 팽개치고 두목이 되어 버렸다. 이게 무슨 관계를 끊어야 할 정도의 말이었던가? 나는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그것도 잘먹고 잘놀고 잘 있다가 왔다면서 전화도 하고 해놓고. 올 때는 차에 실을 수 없을 정도로 온갓 농산물을 싣고 웃으면서 왔는데 말이다. 작별 때까지는 그야말로 가족이었다. 이 소동으로 가족해체에 가까운 서로가 서로에게 서운한 관계를 낳아버렸다.
결국 잘못된 술자리가 되어버렸다. 3개월이 지나고 해가 바뀔려고 하는데 그 후유증이 아직도 있다. 또 만날 수 있을까? 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볼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선결 과제가 있다. [ 이 사태를 만든 것에 대한 사과, 3동서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기 및 상호존중]이다. 아랫 사람에게 말하드시 하면 안된다. 우린 만나야 한다. 언제나 내편인 가족이니까! 술술술! 술자리를 만들어 보자. 부드럽게 스며들어 위로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새해에는 희망을 가져보자. 가족의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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