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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저자와 정본 없음, 현대 소설가들이 여러 판본을 엮음)

한라산 5 2025. 1. 2. 15:43


방원각(方圓閣) :11권 118~119p


유방을 도와 초나라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로 천하통일한 개국 공신들은 왕작을 하사받았으나, 장량(장자방)은 부귀영화와 권력을 마다하고, 청빈하고 한가롭게 소일 한다. 함양의 북쪽, 물좋고 수풀 우거진 한가롭고 경치좋은 곳에 정원이 넓은 집을 유방으로부터 하사받고 그곳에 있는 정자 현판에 "方圓閣(방원각)"이라고 쓰고 자신의 아들(불의, 벽강)과 대화한다.


"너 방원각이란 무슨 뜻인지 아느냐?"
아들들은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모가 지고서도 둥근 것-그것이 방원(方圓)이다. 네모진 것을 열 개 스무 개 자꾸만 쌓아 올려 보아라. 그러면 결국 나중엔 둥근 것이 된다. 정방형(正方形, 정사각형)이 누적되면 원(圓)을 이룬다는 이치가 여기 있다. 모질 때 모지고, 원만할 때 원만해야 하느니라. 알아 들었느냐?"
아들들은 대답했다.
"예."
"둥근 것은 가득한 것이다. 둥근 것은 또 때로는 텅 비어 있을 수도 있다. 비어 있지 않고는 들어갈 것이 없고 가득하지 않고는 이길 수가 없다. 가득해야 할 때 가득할 줄 알고 비어 있어야 할 때 모든 것이 들어올 수 있도록 비어 있어야 하며, 모질 때 서리같이 모질 줄 알고, 둥글 때 한없이 둥글 줄 알아야 한다. 일전에 너는 애비더러 높은 지위에 앉아서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는다고 불평을 말하더라마는 진시황이 무도해서 육국을 삼키고, 잔인 포악하였으므로 나는 진나라를 쳐부수기 위하여 한패공(유방)을 도왔다. 한패공이 지혜있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 그 사람을 도왔을 뿐이다. 이제 초·한 승부가 끝나고 대한이 천하를 통일하여 패공이 황제가 되고 백성들이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내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대장부 세상에 나서 천하 만민을 도탄에서 구해냈으면 할 일을 다한 것이 아니냐? 그 이상 욕심을 가지면 몸을 망치느리라. 그러니 너희들은 이 방원각에서 마음을 닦아라. 살구꽃은 삼월에 피고, 국화는 구월에 핀다. 이 것이 다 제가 제 때를 아는 까닭이다."
장량이 이같이 가르지차 두 아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장량이야말로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다른 측근들이 권좌를 탐하다가 결국 유방에게 죽은 반면(한신, 팽월, 영포) 장량은 천하를 도모하자마자 청빈한 생활을 즐기면서 스스로의 삶을 즐겼기 때문이다.
"살구꽃은 삼월에 피고, 국화는 구월에 핀다. 이 것이 다 제가 제 때를 아는 까닭이다."라는 문구가 오늘따라 가슴에 남는다.

2025. 1.1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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