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 기업가가 IMF 때 부도가 나고 노조와 정부에 의해서 타의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뗀다. 그러고 집에 틀어박혀 생활을 한다. 자폐 아닌 자폐 생활을 하다가 목공학교에 가 일주일간 톱질, 대패 사용법, 나무 다르는 법 등 나무를 가공하는 기초지식을 습득한다. 자기가 들어갈 수 있는 늘(직육면체 : 뚜껑없는 오면체 모형)을 만들어 자기방에다 놓는다. 부인과 잡지사 편집장인 딸은 이 물체를 보고 쇼파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청색과 빨강색 방석을 놓고 앉는다. 딸과 바둑도 두고 [포석의 급소], [사활의 맥]을 본다.
이 남자는 잠을 자지 못한다. 하루에 20분 잘 때도 있다. 평소에는 불만이 없으나 술만 먹으면 집어던지고 발로 찬다. 부인과 딸은 여행을 권유한다. 못마땅하지만 패키지 여행을 떠난다. 남편이 믿을 수 없어 부인도 동행한다. 이 남자는 차에 남아 있고 싶지만 가이드의 권유로 단풍구경 차 산에 오른다. 일행과 동행은 못하고 혼자 오른다. 동굴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처음에는 넓은 공간이지만 들어가면서 좁아지고 그 좁은 공간에 태아 형태로 웅크리고 잠이 든다. 아무 생각도 않는다. 방해도 받지 않는다. 꿈도 꾸지 않는다. 5개월만에 4시간을 처음으로 잠을 잤다. 당연히 밖은 찾느라고 난리가 났다. 경찰 수색에서 발견된다.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묻는다, 그저 잠을 잤을뿐인데 이해를 못한다. 그러고 가끔 혼자 와서 12시간도 자고, 20시간도 자고 돌아간다.
어느 날 부인이 2층 남편 방으로 올라간다. 깜짝 놀란다. 딸을 부른다. 딸도 깜짝 놀란다. 직사각형 물체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여기는 꿈도 꾸지 않는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오랫동안 잔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6개월 밖에 못 산다고 선고를 받은 사람이 5년 넘게 살아 있기도 하고, 오장 육부가 모두 멀쩡하다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 병원 문을 나서다가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 당장이든 열 달 후든 50년 후든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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